규나이든! (‘빛나는 아침’ 이란 뜻의 터키식 아침인사) 참 예쁘고 기분 좋은 말입니다. 차이를 내어 주는 아저씨의 인사에 짧은 미소로 화답했습니다. 유리잔에 담겨 나온 차이에 각설탕 두 개를 빠뜨려 젓고, 향긋한 차이를 마시는 순간 터키의 아침이 시작됩니다. 이스탄불을 찾은 여행자들은 누구라도 이 도시와 강렬한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천 년의 숨결을 고스란히 간직한 골목, 오색찬란한 빛이 넘실거리는 거리를 걷다 보면 어느새 이스탄불을 짝사랑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스탄불은 세상에서 가장 큰 교집합입니다. 아시아와 유럽, 과거와 현재, 크리스트교와 이슬람교가 퍼즐 조각처럼 맞물려 있으니 말이죠. 우리가 꿈꿔 온 모든 여행이 실현되는 곳, 이스탄불로 떠나볼까요?
이스탄불은 도시 전체가 살아 있는 박물관이라 불릴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지리적으로 유럽과 아시아의 길목에 위치하고 있어 예로부터 여러 나라가 이스탄불을 탐냈습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리스의 비잔티움, 동로마 제국의 콘스탄티노플, 오스만 제국의 이스탄불로 역사가 이어집니다.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면서 종교와 문화, 건축물의 형태까지도 바뀌었습니다. 찬란했던 과거만큼이나 역사적인 유적지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보스포루스 해협을 사이에 두고 구시가지와 신시가지, 아시아지역으로 나뉘는데 주요 유적지가 모여 있는 곳은 구시가지입니다. 대표적인 유적지로는 크리스트교와 이슬람교의 생생한 흔적이 남아 있는 아야소피아 박물관, 세계 3대 모스크 중의 하나인 술탄아흐메트 모스크, 로마 사람들이 세운 전차 경기장 히포드롬, 물 부족을 막기 위해 지하에 지은 저수조 예레바탄 사라이, 오스만 제국의 중심이 된 톱카프 궁전 등이 있습니다. 오랜 세월을 간직한 유적지와 유물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지다 못해 숨이 넘어갈 지경인데요. 역사의 흔적을 따라 과거로 여행을 떠나는 순간 우리는 모두 고고학자가 됩니다.
터키 음식은 중국, 프랑스 요리와 함께 세계 3대 요리로 손꼽힙니다. 동서양의 문명이 교차하는 지리적 특성과 함께 술탄에게 요리를 바쳐야 했던 역사적 영향으로 음식 문화가 다채롭게 발전했습니다. 케밥(Kebab)은 양고기, 소고기, 닭고기 등을 구워 채소와 곁들여 밥이나 빵과 함께 먹습니다.
일상적인 음식인 만큼 관광지 주변은 물론 시장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고등어 구이를 빵에 끼워 만든 고등어케밥(Balik Ekmek)을 파는 곳은 에미뇌뉘 항구 주변에 밀집해 있습니다. 쾨프테(Kofte)는 고기를 다져 양념해 만든 납작한 미트볼인데, 매콤한 소스와 절인 고추가 함께 나옵니다.
1920년에 문을 연 술탄아흐메트 쾨프테지시 (술탄아흐메트 트램역 근처)가 유명합니다. 피데(Pide)는 얇고 납작하게 구운 터키식 피자인데, 길다란 모양으로 만든 밀가루 반죽 위에 고기, 치즈, 채소 등을 얹어 화덕에 구워 냅니다. 차와 디저트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요구르트를 물에 희석시킨 아이란 (Ayran), 따뜻한 우유에 계피가루를 뿌린 살렙(Salap), 쫀득한 아이스크림 돈두르마(Dondurma), 달콤한 디저트 바클라와 (Baklava)와 로쿰(Lokum)등 맛있는 음식 앞에 발걸음이 절로 멈춰 서게 됩니다. 낯선 음식에 도전해 보는 것도 여행을 즐기는 한 방법입니다.
바자르는 이스탄불의 속살을 가장 가깝고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그랜드 바자르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지붕이 달린 시장입니다. 이스탄불의 대표 시장인 만큼 그 규모가 어마어마한데, 통로를 따라 미로처럼 이어진 상점의 수만 4천여 곳이 넘습니다. 애써 길을 잃지 않겠다는 생각은 접어 두는 것이 좋습니다. 터키의 개성이 묻어 나는 아이템이 많아 구경만 해도 눈이 즐거운 곳으로, 이집션 바자르는 향신료를 팔았던 시장으로 스파이스바자르 라고도 불립니다. 그랜드바자르보다 규모는 작지만 이스탄불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컬러풀한 향신료, 달콤한 터키식 간식, 향긋한 찻잎, 수북히 쌓인 치즈, 싱싱한 생선 등을 구경하며 거닐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습니다.
구시가지에서 출발해 갈라타다리를 건너 제 2 보스포루스대교까지 약 13km 남짓 이스탄불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가 이어집니다. 보스포루스 해협의 넘실거리는 푸른 물결을 따라 해안 도로를 달리는 기분이란 말할 수 없이 감동적입니다. 차 창 밖으로 따스한 햇살이 쏟아지고 상쾌한 바닷바람이 불어옵니다. 왕복 2차선으로 난 길을 따라 양 옆으로 그림 같은 풍경이 걸려 있습니다.
드라이브 코스의 시작점이자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이어 주는 갈라타다리에는 진풍경이 펼쳐집니다. 다리 위에는 낚시꾼들이 빼곡히 늘어서 있고, 그 아래로 고등어 케밥집이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줄지어 있습니다. 다리를 건너 5분 정도 달리면 이스탄불 최고의 궁전인 돌마바흐체가 나오는데, 프랑스의 베르사유궁전을 본 떠 지은 유럽풍 건축물로 명성만큼이나 화려하고 웅장합니다. 돌마바흐체를 지나 해안선을 따라 달리면 베벡이라는 작은 동네가 나옵니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스타벅스도 이 곳에 있습니다. 베벡을 지나 제2 보스포루스대교까지 달리면 왼편으로 루멜리히사르 성이 나오고, 우직하게 쌓은 돌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탁 트인 보스포루스의 전경이 한눈에 펼쳐집니다. 가슴이 뻥 뚫릴 만큼 시원한 풍경을 마주하고 있으니 오래 묵혀 둔 근심까지 말끔하게 씻기는 기분입니다.
이스탄불 드라이브 코스를 쉼 없이 달려왔다면 이제 차 한 잔으로 쉬어 갈 차례입니다. 앞서 소개한 드라이브코스에도 괜찮은 카페가 포함되어 있는데 오르타콰이 부터 베벡을 지나 루멜리히사르까지 해안도로를 따라 크고 작은 카페들이 모여 있습니다.
베벡의 스타벅스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타벅스’로 유명합니다. 커피를 주문하고 창밖을 바라보니 왜 그런 닉네임이 붙여 졌는지 고개가 끄덕여질 텐데, 문을 열고 나와 테라스 자리에 앉으니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짙푸른 보스포루스 해협 위로 관광객을 실은 유람선이 지나는 모습을 보입니다. 한 잔의 커피를 마셔도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습니다. 맨 아래층의 테라스 자리는 언제나 인기가 좋아 만석이라고 합니다.
나선형 나무계단을 따라 위층으로 올라가면 포근한 실내 자리 외에도 층층이 테라스 자리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파노라마처럼 펼쳐 진 풍경을 감상하며 차와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이곳. 햇살 한 줌이 드리워 진 예쁜 카페는 오늘도 단장을 마치고 당신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글.사진_박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