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Trend 05
당신에게는 차(茶) 한 잔의 여유가 있나요?

‘아메리카노로 카페인을 수혈받아 힘겹게 깨어 있는 현대인’ 이 웃픈(웃기고도 슬픈) 표현에는 여유를 잃어버린 현대인의 고충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혹자는 커피를 노동의 음료로, 차(茶)를 사교의 음료라고 말하기도 했죠. 차(茶) 한 잔이 전하는 느림의 가치, 당신에게는 그런 여유가 있나요?

슬로우 라이프(Slow Life)

차를 마시기 위한 티 테이블(tea table)이 따로 있듯 차를 마시는 시간은 바쁜 일상에서 잠시 빠져나와 숨을 돌리는 시간입니다. 단지 차의 맛과 향을 음미하는 데에 집중할 수도 있고, 누군가와 담소를 나누며 정서를 환기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죠.

한 잔의 차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찻잎을 말리고, 발효과정을 거치고 필요에 따라 여러 찻잎을 섞거나 향을 입히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렇게 찻잎을 다루는 과정의 차이에 따라 우리가 흔히 아는 녹차, 홍차, 흑차, 백차 등으로 구분됩니다.

이렇게 긴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찻잎에 따뜻한 물을 붓고 우려내야 비로소 차를 마실 수 있게 됩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 문화권에서는 다도(茶道), 다례(茶禮)라고 하는 의식이 있을 정도로 차를 오랜 시간 예를 갖춰 마시곤 했는데요. 현대에 와서 이러한 의식은 간소화되거나 생략되곤 하지만, 주문과 동시에 바로 마실 수 있는 커피와 달리 찻잎에서 차가 우러나는 기다림의 시간은 여전합니다. 슬로우 라이프를 즐기기 위해 차를 마신다지만, 이렇게 보니 차는 슬로우 라이프 그 자체인 듯합니다.

아직 차를 마시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면,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친근한 차부터 시작해보세요. 초심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차를 소개합니다.



1) 홍차
세계 최다 소비량을 자랑하는 홍차. 찻잎을 뜨거운 물에 우려 마시는 ‘스트레이트 티’가 가장 일반적인 음용법입니다.
스트레이트 티를 맛있게 즐기기 위해서는 홍차 잎 3g을 300cc의 물에 3분 동안 우려내는 ‘3.3.3 법칙’을 기억하면 떫은맛 없이 부드럽게 홍차의 매력을 맛볼 수 있습니다.



2) 밀크티
홍차에 우유를 넣어 즐기는 밀크티는 아삼, 잉글리시 브랙퍼스트, 얼그레이 등 우유와 섞였을 때 고유의 향을 유지하는 홍차 잎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우유는 상온에 잠시 꺼내 두어 적당한 온도를 만드는 것이 좋고 홍차의 향을 방해하지 않는 백설탕을 한 스푼 넣어 즐기는 것이 정석입니다.



3) 아이스티
뜨거운 음료를 좋아하지 않는 분이라면 아이스티로 시원하게 즐길 수도 있습니다. 뜨겁게 차를 우려낸 후 차갑게 식혀서 마시거나 차가운 물에 우려내 마시면 되는데요.
특히, 찬물에 우린 아이스티는 스트레이트 티보다 카페인이 적다고 하니 더운 여름날 자주 마셔도 좋은 차입니다.



4) 허브티
홍차와 함께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허브티 역시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합니다. 어떤 허브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특유의 향은 물론, 몸에 도움이 되는 각종 효능까지 얻을 수 있죠.



5) 라벤더티
스트레스와 긴장을 풀어주는 허브 테라피에 자주 사용되는 라벤더는 차로 우려 마셔도 그 효과를 느낄 수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신경 안정을 목적으로 많이 마시고, 불면증에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오늘 하루,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면 라벤더 티를 마셔보는 건 어떨까요?



6) 루이보스티
에어컨 바람에 한여름에도 몸이 으슬으슬하다면, 아프리카의 태양을 듬뿍 받은 루이보스티를 추천합니다. 루이보스티는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고 카페인이 없는 착한 차 중 하나입니다.
항산화 성분이 있어 꾸준히 마시면 노화를 막아준다고 하니, 참고하세요.



7) 보이차
보이차는 체내 지방 축적을 막아주고 식욕 억제에도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다이어트를 하는 분들에겐 이미 익숙한 차입니다. 보이차는 중국 정부가 지정한 윈난 성 푸얼시의 11개 지역에서 생산되는 것만을 말합니다. 최근 동남아 지역에서 재배한 가짜 보이차들도 판매된다고 하니, 꼭 원산지를 확인하세요.



알면 알수록 왠지 어렵고 낯설게 느껴지는 차(茶).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천천히 시도해봐도 좋습니다. 오늘 카페에 들러 커피 대신 차를 주문하는 것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요?